옛 연인...

참 오랜만입니다... 성경을 읽고 글을 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밤이 깊었지만, 어수선한 마음에 말씀"이라도" 붙잡아 보려고 책을 폈습니다...

요한계시록 1장. 12절.
12. 몸을 돌이켜 내게 말한 이가 누군가 보려하니, 일곱 금촛대가 보이는지라.
13. 그리고 그 촛대들 사이에 한분이 서 있는데... 그가 인자처럼 생겼더라....

기억나세요?
베드로일당이 사역이고 뭐고 다 팔아먹고 갈릴리로가서 고기잡을때...
밤새 한마리 못잡고 삽질하던 그들앞에 부활하신 예수께서 아침일찍 찾아 가셨지요...
그때 멀리 파도에 흔들리던 배에서 그분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는
'주시라' 고 베드로에게 소리치던 이가
이 요한입니다...
늘 예수님 품에 파뭍혀 밥먹던 그분의 사랑받던 제자...

예수 승천하시고 60여년 정도가 흐른 지금...
예수님 제자들중에 나머지는 다~ 순교하고 이제 마지막 남은 제자...
이제 막 불이 붙은 초대교회를 뒤 엎으려고 물밀듯 몰아붙이는 사단의 세력앞에
마지막 남은 제자로써 혼신을 다해 교회를 지키던 외롭고 고독한 마지막 제자...
그가 그렇게 주를 위해 교회를 섬기다 밧모섬에 갇혀 있을 때
그분이 그를 찾아오신거지요...

자기에게 이야기 하는 분이 누구신가 보려고 하니
일곱 금촛대 밖에 안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이리저리 기웃거려보니 그 촛대들 사이로 한분이 보이는데
그 모습이 '그분' 같은거죠...
사도요한... 눈물나지 않겠습니까...
초대교회에 기둥같던 베드로, 바울, 야고보 다 순교하고,
수십년간 홀로 남아 교회를 지키던 그를
그분이 옛날 갈릴리 바다에서 불쑥 찾아가셨듯이
밧모섬 감옥에 혼자 쓸쓸히 앉있던 그를 찾아가신거죠....
요한은 감격의 눈물로 그분을 대합니다...

17절. 내가 그분을 보았을때 마치 죽은것 처럼 엎어졌도다...

요한이 계시록을 과연 어떻게 기록했는지 궁금합니다...
그 흐르는 눈물속에서 어떻게 글을 써내려갔는지 궁금합니다...

그분은 죽은것 같고 침묵하시는 것 같고 모든 문제를 맡겨버리고 떠나신거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17절 18절 말씀처럼 그분은 첨이고 끝이며 죽었으나 다시 살았으며
침묵하시는 것 같지만, 이렇게 요한에게 불쑥 찾아오시듯이
여전히 거기 계시며 우리에게 그렇게 말씀하실 겁니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좀 불편하게 됐더랬습니다...
하나님이 간섭하지 않는 것 같고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은 시간들이
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촛대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그분을 바라보며 요한이 흘렸을 눈물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분을 보자 가슴 저 밑에서부터 쿵쾅거리던 그의 심장소리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분 앞에 감격에 겨워 쓰러지던 그의 마음도 만져지는 것 같습니다...

그분이 아시겠지요...
그 요한의 마음을 그분이 너무 잘 아시겠지요...
그리고 그 마음 알아주는 그분 만으로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그 오랜 세월 숱한 사연들에도 불구하고
그 촛대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그분만으로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시 옷깃을 여미고 피흘리기까지 싸우는 거죠...
'주시라' 는 그 한마디에 뛰어가던 베드로처럼요...
그럼요...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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