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옛날에 다윗이라는 애가 살았더랬습니다. 근데 이 아이는 좀 멍청한 것이 세상 사는 법을
몰랐던 거죠... 몰라도 한참 몰랐던 거죠...

집에 큰 잔치가 있는데... 그래서 역사에 전무후무했다는 사사이자 선지자인 사무엘님이
찾아오신다는데... 자기 양들 밥먹이러 몰고 나가고 있는 겁니다... 사실 적당히 남들에게
부탁하고 잔치 참석해야지요... 아니면, 양들 하루 풀 안먹는다고 큰일 납니까... 좀 적당히
풀 베어다 우리에 던져주고 잔치 가면 되지요... 사무엘 눈도장이라도 찍어야지요... 그래야
출세하는 거 아닙니까... 근데 이 바보같은 아이는 별 생각없이 양들 몰고 나갑니다... 근데
여기서 안타까운 건 이 다윗을 붙들고 잔치에 데려가는 형도 부모도 없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더욱 눈물나게 황당한 건 이 바보같은 아이가 이런 상황을 별로 개념치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건 뿐만 아니라 이런 바보같은 상황은 그의 인생내내 계속 반복됩니다. 골리앗 앞에
설때도 그랬고 사울 앞에 설때도 그랬고, 나단 앞에서도 그랬고, 벳세메스에서도 그랬고,
오벧에돔에서도 그랬고, 전쟁이 터질 때마다 매번 그랬고, 늘 그는 그렇게 바보 같았습니다.
마치 생각없는 아이처럼... 그는 마냥 그렇게 바보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멍청한 다윗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하나님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는 훈장을
받게 됩니다... 하나님의 눈은 우리 눈과 조금 다른 모양입니다. 그분의 마음은 우리 마음과
다르고 그분의 관심은 우리의 그것과 역시나 다른 모양입니다...

예수 이름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 잔치가 벌어져서 사무엘의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눈 깜짝 않고 주어진 작은 일에 열심일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자기에게 맡겨진 양들 몰고
나갈 수 있는 사람.. 그러고도 들판을 달리며 휘파람 불 수 있는 사람.. 출세하고 싶은 마음을
쳐 복종시키고 세상을 향한 눈을 덮을 수 있는 사람... 그러고도 그 덮은 눈에 억울한 눈물
고이지 않을 사람... 그러고도 그 마음에는 그분을 향한 간절함 뿐인 사람...

그런 "그리스도인" 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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