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유학생이면 처음 정착한 도시가 제 2의 고향 같은 느낌이 있고, 내겐 보스턴이 그렇다...
1년을 지냈고 떠난지3년반이 되어가는 곳이지만 여전히 아련한 느낌이 있다...
(사실 1년중에도 6개월은 방안에서 나온적이 없으니 사실 6개월을 지낸셈이지... )


텍사스로 돌아가는 길,
예상치 않게 보스턴공항에 일찍 도착했고 예상치 않게 공짜 인터넷이 있다보니
공항에 앉아서 지난 2박3일의 느낌을 적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워나게 T 를 타고 덜그덕 거리면서 오려고 했는데
김영순 집사님께서 또 라이드를 주셔서 이렇게 편하게 일찍 도착했네...
감사합니다 집사님~ :)


우선 숙소...
바쁜 신랑을 괴롭히지 않으려고 몰래몰래 숙소를 민박으로 하고
(결국 그 민박집이 신혼집 바로 옆 건물이라는 사실...ㅡㅡa)
어디서 지내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때로는
'어느 친구집' 이라는 거짓말로 때로는 '그냥 대충' 이라는 얼버무림으로...
(그러고 보면 나 거짓말 잘한다...ㅡㅡa)
민박이라는 말을 그렇게 하기 어려웠다... 왜? 민박이라면 당장 자기집으로 오라고 할까봐...
그래서 민폐 될까봐... ?

결국은 민박이라고 "자백" 하게 됐다... 미안했다... 거짓말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결국은 거리를 두는 것 같아 보일까봐...

민박이 호텔보다 좋은 점은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이번에 만난 TJ Kim 이라는 인터넷 서점 사장님은 참 재밌는 분인데
결혼식이 마치고 돌아와 피곤한 내게 들려주신 말씀중에 강하게 기억나는 문장 하나...
들으면서도 찔끔했던 문장...
'난 내 인생이 너무 좋아요...' 뎅~
내겐 적잖은 충격...
안그래도 그날 결혼식에 행복한 신랑신부를 보며 난 저렇게 행복하기 어려울거라...
내 삶이 별로 맘에 안들어하던 내게... 비수같은 한문장.... ㅡㅡa

원래는 그냥 곱게 자려다가 결국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더하게 됐다...
덕분에 인생 좀 더 많이 배웠다...


그리고 여자문제...
사람들이 묻는다...만나는 사람마다 묻는다... '장가는?'
그럼 내 대답은 '곧이요... '
'여자친구 있나보네?' '그것도 곧이요...'
그럼 사람들이 내 나이를 묻고 내 연락처를 적어간다...
이런 일은 10년을 넘게 해온 내게 별 다른 일도 아니다...

이번 보스턴 방문은 순전히 순수한 '영권이 형 결혼 축하' 이고 싶었고
그래서 궁금했던 아가씨 근황도 물어보지 않았고...
피로연후에 처녀총각들 모여 가는 곳에도 안갔지...... 이쁜 아가씨도 있었는데...
결국 피곤하신 신랑신부께서 직접 나랑 놀아주시고 결국 내 연애문제 상담을 해주셨네...ㅡㅡa
'제 걱정 마시고~ 신혼여행이나 재밌게 다녀오세요~ ㅎㅎ'


졸업...그리고 직장...
사람들이 '얼릉 보스턴으로 돌아와야지~' 하고 묻는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른다만
보스턴은 돌아가야 할 곳? 이다...
이곳에 공부하고 연구할 곳들이 있고
이곳에 아가씨들이 있고
이곳에 섬길 수 있는 교회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 보고 싶은 사람들... 나를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물음들에 난, '네 곧이요... 지금 직장 알아보는데 보스턴으로 올 수도 있죠...'
'UPenn 으로 오더라도 자주 들를게요...'

아니면 '영권이 형 돌잔치 할때...ㅎㅎ'

공부해야지... 열심히 해야지... 그래서 이사람들처럼 이렇게 살아야지... 싶은 생각...
이게 정확히 어떤뜻인지 나도 모른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거 같다...

2박 3일 내내 틈만나면 논문을 읽고 쓰고 수정하고 또 다른 논문을 읽고 comment 를 다는 스스로의 모습은
다시 보스턴에 왔다는 흥분 때문인지
아니면 광할한 텍사스를 떠나기 임박한 기대 때문인지...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받았던 질문중 헷갈리는 질문하나...
'네가 영권이랑 이렇게 가까웠냐?' 혹은 비슷한 질문(?)들... '오 거기서 여기까지 오다니 대단하네...'
질문자체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지만,
가깝다기 보단 영권이 형에게서 내가 받은 은혜가 크고,
대단함이 있다면 영권이 형이 대단해서 내가 오는 거지...

사실, 이번 2박3일 동안, 그동안 참석하지 못했던 한국에서 행사들이 마음에 걸렸다...
낙천형님 말씀이 유학생들은 빚쟁이라더니...맞는 말씀이다... 마음의 빚쟁이들...


아무튼, 지금 다시 텍사스로 돌아가는 공항....

결혼식은 예쁘고 멋있었다...
신랑도 신부도 환하게 웃었다...
피로연도 재밌고 맛있었다....
다들 즐거워했다... ㅎㅎ

결혼 축하해요~ 영권이형~ & 형수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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