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피는 꽃...

출장만 오면 이렇게 노곤해집니다...
아까운 마음에 막 싸돌아 다녀서 그런 모양입니다... 뭐 별거 있다고....
오늘은 자중한다고 했는데도... 이러네요...

숙소로 돌아와 창턱에 발을 턱 올려놓고 시카고 야경을 보자니 또 옛날 생각납니다...


초딩때 지묘동 살때,
한나랑 둘이, 엄마를 기다리며 밤에 그 어두컴컴한 파군재까지 몇번 걸어간적이 있습니다...
1시간에 한대씩 오는 20번 파계사행 버스를 타면 집 근처까지 오지만,
15분에 한대씩 오는 76번 동화사행 버스를 타면 파군재에서 내리시거든요... 주로 그러셨으니까....
몇시에 오시는지도 모르는 엄마를 기다리며 그렇게 밤에 무턱대고 그 먼길을 걸어갔더랬습니다...

어느날도 그렇게 파군재에서 엄마를 만나서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데...
엄마님이 문득 '어머~ 저거봐라... 밤에 피는 꽃이다...' 라며 웃으셨죠... 80년대 초반 대구의 야경....

그땐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당시 엄마님의 처지가 그러했던것 같습니다...
하루 3교대 하는 방직일을 2번 하는날이 많았었습니다... 이공장 저공장으로 돌며...
그렇게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실 때였습니다....
저도 몇번 방직공장 안을 따라 들어가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어두컴컴함... 그리고 그 시끄러움은 상상 이상입니다....
그런 곳에서 매일 8시간 혹은 16시간을 혹은 그 이상을 견디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신 건 믿음입니다...
그렇게 시끄러운 기계옆에서 엄마님이 읽으신 성경이 적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그렇게 드린 엄마님의 기도가 어땠을까...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과부의 두렙돈이 그것보다 더 간절했겠습니까...
그런 엄마님의 눈물을 보신 하나님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생각하면 짠~ 해집니다...


시원찮은 시카고의 남쪽 야경을 보니 엄마님 생각이 납니다....
밤에 피는 꽃... 믿음으로 피는 꽃 아니겠습니까...
이 밤에 피게될 꽃은 무슨 꽃인지 모르겠지만.... 기대합니다.....
내 믿음없음을 도우시길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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